지난 겨울 아빠를 갑작스레 떠나보내고 우리 가족은 참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나의 지난 6개월은 촬영도 줄이고 거의 모든 시간, 엄마와 남은 가족들과 보냈다.

차 우리의 마음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고 힘든 시간은 뒤로 한채 가까운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내내 날씨는 환상적으로 좋았다.

마치 아빠가 배려해준 날씨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왜냐면 우스갯소리로 아빠가 천국 기상청에 취직한거 아니냐고 할 만큼

하루 종일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날 늘 엄마의 출근길에만 비가 멈추고,

그 외 많은 순간 순간 신기했던 날 들이 있었기에)





출발을 앞두고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엄마의 첫 마디 “안간다 하면 큰일 날 뻔 했네 벌써 좋다야”

나는 여행 내내 엄마의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엄마는 창가쪽 자리를 좋아했다.

비행 내내 한시도 쉬지 않고 창문만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만 같아서 나는, 하늘을 바라보는 엄마의 뒷모습만 바라봤다.

엄마는 여행 내내 멍때리는 순간이 많았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좋았던 감정이었을까. 

아니면 누군가 그리워서 생각이 많아진 감정이었던걸까.




엄마는 조식 안먹는다 해놓고 제일 많이 먹었고 연어와 올리브를 좋아한다고 했다.

수영 안한다고 해놓고 제일 늦게까지 놀았고 바다에서는 수평선 끝까지 갈까봐 무서웠다.

쨌든 나는 아빠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엄마를 더 많이 닮았나보다. 잘 놀고 잘 먹는걸 보니.

나는 여행을 다니면 단 한장의 사진도 찍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이번 여행은 누구보다 많이 찍고 담아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순간임을 너무나 잘 알게 돼버려서.

모든 시간과 운명은 나름의 방식대로 흘러가나 보다.

그저 이 모든 시간이 후회없는 날이 되길.

중요한 건 삶의 시작과 끝. 

모든 순간은 아름답다.